Idea box

鄭君과 '인터넷'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인터넷을 처음 사용한 것이 고등학교 2학년때 였던 것 같다. 98년 초여름이었는데, 그때는 학교 앞 당구장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PC방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그런 시기였다. 이는 아주 전면적인 변화였는데, 보충수업을 매일 빼먹는 고등학생의 생활에서 방과후 특별활동(물론 비공식적인 의미에서)의 변화 만큼 가슴에 꽂히는 변화란 드물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이메일'을 모르는 부하에게 무식하다는 말과 함께 폭력을 가하는 무식한 이미지를 찍어냈다. 이때 쯤엔 이미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까지 고등학생이 맺을 수 있는 평균적인 인간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메일이라는 걸 가지고 있을 때였다. 그렇게 인터넷은 신세계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키며 네트워크 속으로 들어올 것을 강요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종이신문과 교지가 대학생 몇명이 발행하기에는 엄청난 자금을 요구하는데 비해서 인터넷을 매체로 활용하면 절반에 절반도 안되는 비용으로 떠들어 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웹진을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 인터넷은 종이매체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장점을 가질 수 없었다. 그것은 편리한 휴대성과 자유로운 공유(지하철 짐칸은 한국언론이 유통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었다)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몇명의 골수 독자는 있었지만 그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읽는 법(나의 경우는 아직도 그렇지만 모니터에 있는 글을 읽는 일은 배워야 가능한 일이었다)을 배우고 실제로 읽기까지, 웹진을 만들던 우리와 친분이 있거나, 우리가 다루는 주제에 큰 관심이 있거나 하지 않으면 쉬운일이 아니었다. 쉽게 말해서 신문가판대에서 신문을 구입해서 읽고, 학교 곳곳에 깔린 신문을 그냥 주워읽는 행위와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연결해서 주소창에 주소를 치고 스크롤해가며 글을 읽는 동작은 시작부터 끝까지 익숙하지 않은 일이있었다.(하지만 이런 한계 때문에 망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게으름...) 그때가 2000, 2001년이었으니까 나 처럼 평범한 사람은 모바일 인터넷 같은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막연하게 주머니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네라고 만화같은 세계를 상상하는 수준이었다.

  이제, 블로그라는 것을 만들었다. 소통에 대한 욕구과 관계에 대한 갈망은 언제나 있다. 그러한 관심이 아니라 개인적인 기록의 문제에서도 그러한 욕구는 늘 마르지 않는다. 이 공간이 어떤 계기가 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는 간판이 생겼다는 것. 이것이 아주 기쁘다. 추상적으로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담론들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주어진 그대로 쓸 수 밖에 없지만 언젠가는 이리저리 고치고 그리고 할 수 있겠지.
그렇다. "만듦"에 대한 욕구도 이 블로그를 만들게끔 충동질했다.

인터넷과 생활이라.... 인터넷과 전혀 상관없던 시절에도 세계는 이원화되어 있었다. 학교 안 세계와 학교 밖 세계,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의 경우엔 오프라인 더욱 강화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친구들과 만나고, 실제로 만나고, 바깥세상의 이야기에 더욱 귀기울이고, 인생을 엮는 것은 인터넷이 하는 일이 아니다. 어디에 있는 인생의 새끼줄은 "내"가 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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