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과 코뮨주의 _ 작성중
1.
니체는 이렇게 묻는다. “영혼을 치유하는 새로운 의사들은 어디에 있는가?”(아침놀) 우리 역시 그와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삶의 문제들에 답하는 새로운 의사들은 어디에 있는가? 삶의 문제들을 제기하는 환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삶의 문제란 무엇인가?” 이 세가지 질문이 ‘출판’을 문제적인 것으로 만든다.
2.
‘출판’은 추상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지식’을 영유할 수 있는 ‘컨텐츠’로 변형하는 활동이다. ‘추상적 지식’은 잠재화되어 있는 지식이다. 이 ‘지식’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의 삶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들에 답해가는 과정, 그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 변화 속에서 만들어지는 ‘코뮨’, 그 코뮨을 통해 얻는 연대의 쾌감들이 우리를 ‘지식’을 생산하도록 하고, ‘함께’(코뮨)있도록 만든다. 따라서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삶의 문제가 제기되는 지점이 출판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그때 그때의 ‘답’을 내려주는 과정, 그 ‘답들’ 주변으로 모여 대화하게끔 하는 과정, 그 속에서 대화하는 사람들이 변하고, 우리 스스로가 변해가는 과정이 ‘출판의 과정’이다. 그렇지만 삶의 문제가 결코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늘 어떤 ‘실패’를 야기시킨다는 점에서 출판의 끝은 없다. 더불어 그 ‘실패’들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자는 늘 ‘자 다시 한번’이라고 말한다. 왜? 그에게 ‘실패’는 그때까지의 ‘성공’을 보여주는 징표이고, 앞으로 자신이 해결해야 할 ‘삶의 문제들’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삶의 문제들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성공과 실패들의 원환, 거기가 출판의 평면이다. 이 평면 속에서 ‘사건’을 일으키는 자를 ‘출판인’이라고 부르자.
3.
그렇다면, ‘잠재적 지식’을 ‘현행적 컨텐츠’로 만드는 과정 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우리는 조각조각 떠돌아 다니는 ‘지식들’을 늘 예의주시한다. 어떤 저자가 어떤 연구를 하고 싶어하는지, 어떤 독자가 어떤 문제에 봉착해있는지를 끊임없이 관찰한다. 그리고 저자의 욕망을 부추긴다. 그 점을 계속 파고들어 가시라고, 그 점을 연구하시라고 말이다. 또 독자에게는 그 문제는 이런 문제가 아니냐고 묻고, 그 문제에 관해 누군가가 이런 연구를 했다고 이야기 한다. 둥둥 떠다니는 지식에 저자의 ‘사유-욕망’을 결합시키고, 독자가 가진 애매한 문제를 선명하게 포착하여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러한 ‘지식-사유-욕망-문제’들의 결합과정 전반에 관여하는 것이 바로 ‘출판 활동’이 아닐까? ‘현행적 컨텐츠’라는 것은 그 결합과정 속에서 태어나는 것, 솔루션의 형태로 누군가에게 제공되는 특정한 ‘응결물’이나 어떤 ‘사건’ 아닐까? ‘인간’이 존재하는 한 ‘욕망’과 ‘문제’는 생겨날 수 밖에 없고, 그것들이 생겨나는 한 ‘지식’과 ‘사유’ 역시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의 결합, 접속 역시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출판’은 ‘인간-존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근본적 지점에 놓여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출판’, ‘출판인’의 미션은 간단하다. 문제를 제기하고, 욕망을 호출하는 활동, 그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바로 ‘미션-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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